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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도서관 – 공동체 중심의 독서문화 공간

by masterpiece-1 2025. 7. 13.

서울 마포구 연남동과 성산동 사이, 성미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마을은 오랫동안 ‘대안적인 삶의 공동체’로 불려 왔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친환경 운동 등이 활발히 이뤄진 이곳에는 상업적인 독서 공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동체형 마을도서관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성미산 마을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닌, 주민이 함께 만들고 같이 운영하며 ‘사람’과 ‘삶’을 잇는 지식 커뮤니티의 중심지다. 운영 방식부터 인테리어, 프로그램, 도서 선택까지 모두 이용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타 도서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자율성이 공존한다. 이 글에서는 성미산 마을도서관의 위치, 내부 환경, 도서 대여 방식, 주민 프로그램, 실제 후기 등을 통해 이곳이 어떻게 독창적인 ‘문화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성미산 마을도서관


위치 및 접근성 – 성미산 자락 아래 조용한 골목 속 공간

성미산 마을도서관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 390-21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이며, 성미산 마을학교, 협동조합 사무실, 공동육아 어린이집 등과 인접해 있어 도서관 자체도 마을 공동체 인프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도서관이 위치한 골목은 차량 통행이 적고, 인근에는 저층 빌라와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어 매우 조용하다. 큰 간판이 없어 ‘도서관을 찾는다’는 의도 없이 지나치기 쉬운 장소지만, 이 점이 오히려 방문객에게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도시 한복판에 숨겨진 작은 쉼터처럼 느껴진다. 주차는 어렵지만, 대중교통 이용 시 접근성이 나쁘지 않고 도서관 인근에는 작은 공원과 산책로가 있어 방문 후 머물기에도 좋다.

내부 공간 – 손길이 담긴 공동체 공간

성미산 마을도서관은 약 40평 규모의 아담한 1층 공간으로, 정형화된 공공도서관의 구조와는 다르다. 공간 전체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가 흐른다. 입구에는 벗은 신발을 놓는 공간이 있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입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소소한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가정적인 편안함이 느껴진다. 책장은 벽면과 공간 중앙을 따라 배치되어 있고, 대부분은 기증 도서, 마을 추천 도서, 어린이 도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배열은 출판사 순서나 도서관 분류번호가 아닌, 이용자 중심 분류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이와 읽는 책’, ‘마음이 지쳤을 때’ 같은 이름의 코너가 있어 이용자가 직관적으로 책을 고를 수 있다. 독서 공간은 소파, 좌식 테이블, 원목 의자 등 다양한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 원하는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다. 무거운 형식보다는 자유롭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운영 시간과 이용 방식 – 자율과 책임의 균형

성미산 마을도서관은 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만 운영되며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이다. 운영은 ‘성미산 마을살림협동조합’ 소속 자원활동가와 지역 주민들이 번갈아 맡는다. 운영진이 없을 때는 ‘무인 도서관 시스템’으로 출입 및 도서 대여가 가능하다. 이용자는 출입 명부에 이름을 기재하고 책을 자율적으로 대여하며, 반납은 지정된 반납함에 넣는 방식이다. 이런 운영 방식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문화에서만 가능한 구조다. 방문자도 이런 문화에 맞춰 조용히 공간을 이용하고, 책장을 정리하거나 불을 끄는 등 사소한 일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도서 대여 시스템 – 자유롭지만 질서 있는 구조

도서 대여는 간단한 회원 등록 후 1인당 최대 3권, 2주 대여가 가능하다. 회원 가입은 현장 방문 시 직접 신청서를 작성하면 되며,
신분증은 선택사항이다. 도서관 내 모든 도서는 공공도서관과 별도로 관리되기 때문에 서울시 통합도서관 대여 시스템과는 연계되어 있지 않다. 이곳의 대출 시스템은 수기로 관리되며, 이용자가 대출기록장을 작성하고 서명하는 형태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과정마저도 ‘내가 이 공간의 일부다’라는 책임감 있는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다. 예약 기능은 없지만, 운영자나 자원활동가에게 요청하면 도서를 보관해 주는 유연한 대응도 가능하다.

프로그램 – 마을을 읽는 시간, 사람을 잇는 책

성미산 마을도서관은 마치 작은 문화센터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다음과 같다.

 

엄마책모임: 육아와 생활에 지친 여성들이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독서 모임
아이 낭독시간: 매주 목요일 오후, 어린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 중심 운영
도서관에서 영화 보기: 책과 관련된 독립영화를 함께 시청하고 토론
마을작가 북토크: 성미산 인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북토크 행사

이 외에도 계절마다 열리는 도서 교환장터, 기증책 전시회, 마을학교와 연계한 독서 교육 프로그램 등도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마을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책 전달을 넘어, 사람과 삶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책이 작동하게 만든다.

실제 이용 후기 – 고요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흐르는 공간

필자가 방문한 날 입구에는 ‘오늘은 자율운영일입니다’라는 안내문이 있었고, 실내는 조용했으며, 한쪽에서는 한 아이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한 분이 조용히 책장을 정리하고 있었고, 한 엄마는 아이와 함께 마루에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책이 빽빽하지는 않았지만, 선별되어 잘 구성된 느낌이었고, 공간 전체가 너무 정돈되어 있어, 마치 누군가의 집 서재에 초대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고르고 앉아 읽는 동안,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고,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진짜 독서 공간’의 조건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책의 주인이 되는 경험

성미산 마을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다. 이곳은 지역의 삶이 축적된 공간이자,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과 마을이 이어지는 장소다. 자율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운영 방식, 누구나 참여 가능한 문화 프로그램, 그리고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까지. 진짜 사람 중심의 도서관, 그것이 바로 이곳의 본질이다. 서울에서 책과 사람,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성미산 마을도서관은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다.